


♛ 달라진 점
-여전히 당신이 알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입니다. 머리가 좀 더 길어, 이 중 일부를 닐바서스가 준 리본으로 묶고있습니다. 이 정도면 머리를 땋을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본인은 뭔가를 땋아본 적이 없으니, 가능할지 아닐지는 모르겠습니다.
-귀와 목에 자리한 것은 마리-루로부터 받은 선물입니다. 귀걸이는 그렇다고 쳐도 목에 자리한 초커는 목줄처럼 여길 수도 있기에 보통의 그라면 거절했겠으나, 지금껏 만족스레 하고 다닌 모양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를 선물한 것은 다른 인간이 아닌 악마였으니까요. 자신의 천적, 먹이사슬 위의 존재가 아닌 말 그대로 한단계 위의 존재. 목을 덮는 디자인의 옷을 입고 왔음에도 그 위에 착용했을 정도로 마음에 들어하고 있습니다.
-란비르가 만들어준, 그의 깃털이 달린 장식을 허리춤에 달고있습니다. 본래 그가 만들어준 것은 목걸이에 가까웠던 듯 하지만, 이미 제 목에는 다른 것이 있다는 이유로 위치를 바꿔버린 듯 합니다. 흰 깃털은 나름 마음에 들었는지, 옷의 다른 장식들 역시 흰 빛으로 맞춰온 모양. 어쩐지 장례식장에서나 입을 법한 색상이 되었습니다만, 본인은 만족한 것 같습니다.
♛ 경험
-기관에서의 일주일을 보낸 후 곧바로 제 고향으로 향했습니다. 그가 머물던 폐허로 향하는 길에 폴라로이드 카메라용 필름과 앨범을 사선, 돌아가자마자 주구장창 사진을 찍어대기 시작했습니다. 마리-루에게 보여주기 위해서요. 대부분은 저와 함께 지내는 쥐의 사진이었고, 이따금씩 제가 지내는 폐허나 골목의 사진을 찍어서 보내기도 했습니다. 그 역시 이전에 반영 세계 속에서 보았던 폐허를 마음에 들어했으니, 제 본거지인 폐건물 역시 마음에 들어하지 않을까 싶은 행동이었습니다. 1년 전 즈음의 일 탓에 총자국 같은 것이 남긴 했지만, 어쩌겠어요? 찍은 사진은 사온 앨범에 고이 넣어서 보관해두었습니다. 쥐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대충 두었다가 제 친구들이 사진을 갉도록 둘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므로.
-꼭 무언가를 남기려는 것처럼 사진을 주구장창 찍어대긴 하였으나, 정작 본래부터 가지고 있던 물건은 하나둘씩 처분하고 있었습니다. 마치 신변정리를 하는 인간처럼, 제가 가진 몇 없는 것들을 손에서 놓았습니다. 잔뜩 뽑고 다녔던 인형들은 마치 원래부터 그 자리에 있었다는 듯, 길가 여기저기에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배치해버렸습니다. 가끔은 음식점에 들어가 제 옆자리에 앉혀놓고는 계산을 마친 이후 홀로 빠져나오기도 했습니다. 화폐는 제 알 바가 아니었기에, 반영에 들어가기 직전에 허공에나 뿌릴까 하는 생각까지 가지고 있던 모양입니다.
-이번에도 이런저런 국가를 나다녔습니다. 다만 이번에 돌아다닌 곳은 죄 다른 폰들이 지내던 곳으로, 프랑스부터 시작해서 유럽을 돌고, 아시아를 돌고, 오세아니아로 향했다가 한번 가 보았던 에오스까지 발을 딛었습니다. 다만 어딘가의 황제나 기사가 머무는 곳은 내키지 않은 것인지, 혹은 아는 이들을 쉬이 마주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 탓인지 구태여 향하지 않았습니다.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이번에도 여러 국가의 보관소에 제 정보를 숨겨두곤 돌아왔습니다. 지난번의 것은 기관에게 보란 듯이 내보인 행동이었다면, 이번의 것은 아무나 걸리라는 듯한 무차별적인 행동에 가까웠습니다. 만일 그가 퍼트리는 것이 이름뿐인 병이 아닌, 정말로 어떠한 균이었다면 테러범으로 잡혀갔을지 몰랐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왕 다른 나라에 향한 것이므로, 조금씩 비는 시간에는 그저 그 근처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놀았습니다. 가장 큰 목표는 쥐를 찾는 것이었지만, 대부분 실패했습니다.
-인도에 향했을 때에는 굳이 다른 곳이 아닌 북서부의 비카네르를 골라서, 쥐를 모시는 카르니마타 사원에 들렀습니다. 수많은 쥐가 우글거리는 곳을 맨발로 다녀야 하는 것에 포기하는 이들처럼, 그 역시 사원 안으로는 발을 들이지 않은 채 한참을 그 앞에 서 있다 돌아갔습니다. 발길을 돌린 인간들과 쥐의 이유는 명백히 달랐지만요. 자신은 골목에서 죽어갈 법한 시궁쥐였으므로, 숭배받는 동족이 모여 사는 사원과는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저렇게 사는 것이 길들여진 것과 무언가 다른지 모르겠지만, 하는 마음을 안은 채 다른 곳으로 떠났습니다.
반영에 잠기기 약 두 달 전. 폰들이 반영으로 이동할 때 사용하는 장치, 아마 그가 유추하기엔 거울로 이루어진 벽과 연관이 있지 않을까 싶은 것의 사진을 찍어달라는 부탁을 받고 앞서 기관으로 향했습니다. 이는 내기에서의 제 패배를 부추기는 꼴이 되었으나, 그에게 있어 그 내기의 승패는 중요치 않았기에 거절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경비가 삼엄할 수 밖에 없었던지라, 그가 생각하기에도 만족스러운 사진을 건지지는 못했습니다. 거의 조각조각에 가까운 사진을 보내고, 기관에 머물며 여가생활이나 즐기고 있었을 즈음. 시하브에게서 쥐의 패배를 암시하는 듯한 짧은 편지를 전해받았습니다. 그 사실을 알아치리지 못할 리가 없었을 뿐더러 당시 가지고 있던 생각 탓에, ' 제 끝도 눈 앞에 있는 것 같습니다. ' 하고 짧은 답장을 보내고 말았습니다. 시하브가 제 나락을 무너트린다고 해도, 그는 반영 속으로 걸음을 딛을 예정이었습니다. 그런 거대한 재앙 속에는 저와 같이 죽은 이를 헤집고다니는 쥐가 있는 것이 어울렸으므로.
쥐는 지옥다운 지옥 속에서, 전쟁터와 같이 변모한 나락 속에서 인재를 마주할 날을 꿈꿨습니다.
♛ 소지품
-비밀번호가 걸려있는 캐리어.
세 자리 수의 비밀번호가 걸려있는 검은색 캐리어, 손잡이에 보라색 리본이 묶여있습니다. 안에는 노트와 펜, 묵직한 열쇠 꾸러미와 검은 매니큐어, 폴라로이드 카메라 필름과 앨범 하나가 들어있습니다. 여벌옷과 주전부리, 인형과 같은 것도 들어있는 모양이지만...대충 우겨넣은 탓에, 주름이 잔뜩 진 듯 합니다.
-폴라로이드 카메라
목에 걸 수 있는 보라색의 줄이 달린 하얀색 폴라로이드 카메라. 줄에는 인형뽑기 기계에서 뽑은 것 같은 작은 인형들이 주렁주렁 달려있습니다.
♛ 관계
몸 성히~...다녀왔습니다.



크고 검은 시궁쥐.


✦ 역병을 몰고오는 존재들 ✦
마리-루 로쉐 ✦ 본인은 쥐, 상대는 악마. 둘 모두가 다른 이들과 달리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고 있다. 인간 사이에 버려진 쥐에게 있어 또 다른 인외의 존재의 등장은 전에 없던 호감을 드러내도록 만들었다. 래트는 저가 자리한 밑바닥의 진창, 나락 속으로 향하는 마리를 말리지 않는다. 오히려 환영하는 듯 그 손을 잡고 안내역을 자처했다. 한시바삐 귀하의 지옥으로 돌아오겠습니다, 몸 성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