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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것을 다루는 마법사 같은 모습
♛ 달라진 점
6개월 전보다 잠이 더 줄었다. 다크서클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피곤한지 비틀거리는 일이 많아졌다. 잠이 오면 누워서 자는 것이 좋을텐데, 일부러 소파나 의자와 같이 자기 불편한 장소를 찾아가 선잠을 잔다. 그마저도 1시간 정도 자면 깜짝 놀라서 일어나 잠을 자는 의미가 없다. 병원에서 수면 유도제를 처방받아왔지만 옆에 사람이 없으면 먹으려고 하지 않는다. 누군가 손을 잡아준다던가, 안아준다면 잠을 청하기도 한다. 그마저도 불을 켜둔 밝은 곳에서 수면 안대를 착용하고 나서야 잠에 들지만.
잠을 청하지 않으니 밤산책을 다니는 일이 많아졌다. 몽롱한 정신을 이끌고 이리저리, 비틀비틀 걸어다니며 밤공기를 마신다. 밤산책을 나가 돌아오지 않는다면, 분명 어딘가에 쓰러져 잠을 자고 있는 것이다. 기절한 것을 잠을 자고 있다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여전히 느린 말투임에도 화법이 정신이 없어졌다. 이야기를 하다가도 자신이 무슨 이야기를 했었는지 잊어버리는 일이 자주 일어나며, 상대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지를 알려주면 다시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온전한 정신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운 상태.
전색맹에 야맹증으로 안 그래도 볼 수 있는 것이 한정되었던 시야가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잠을 자지 않으니 눈이 너무 피곤해진 탓일까. 너무 피곤하면 앞에 있는 것도 흐리게 보이는 일이 잦아졌다.
악세사리가 많아졌다. 여기저기 여행을 다니며 사온 탓일까. 받은 것은 무조건 차고 다닌다. 닐과 노에와 함께 맞춘 바다와 달을 테마로 한 반지(은색에 달 모양으로 세공된 파란색 보석이 박힌 디자인 / 왼손 검지에 끼고 있음), 하얀 눈밭에서 안 보일 것 같다는 농담과 함께 카얄에게 받은 리본 초커(팔찌로 차고 있지만), 노에와 맞춘 나비 귀걸이, 알렌과 함께 산 원석 목걸이 등… 함께 맞춘 악세사리는 전부 소중히 여기고 있다.
♛ 경험
> 닐바서스의 나라, 마티올라에 일주일간 머물렀다. 부모 없이 혼자 타지로 여행가는 것은 처음이지만, 닐과 노에가 있기 때문에 안심하고 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 다양한 해산물과, 다양한 유적, 그리고 독일의 바다와는 또 다른 향이 나는 마티올라의 바다. 눈으로 보는 것보다 코로, 촉감으로, 소리로 느낀 것이 더 많았지만… 본디 시각보단 다른 감각에 더 의존하니까. 다른 계절에 가고 싶다 생각할 정도로 만족스러운 여행이었다.
> 카얄과 눈을 보러 가기로 약속했기에, 스웨덴으로 만년설을 보러갔다. 색은 잘 안보이고, 남성 패션은 잘 모르지만 어울릴거라고 생각되는 코트를 골라 추천을 해주고 스웨덴의 이곳저곳을 누비며 여행을 했다. 2주 정도의 시간. 만년설에 서있으면 온통 새하얘 보이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목걸이를 선물받았다. 반짝이는 것을 주면 어둠 속에서 잘 보일지도 모르지, 그런 생각을 하며 카얄에게 반짝이는 목걸이를 선물했다.
> 에이쥬와는 휴식기간동안 서로 여행을 다닌 이야기를 공유하기로 했다. 예쁘고, 경치가 좋다고 생각되는 곳은 사진을 찍어 편지와 함께 보내주고, 향이 좋은 꽃과 편지를 받았다. 해외로 다닌 여행 때문에 답신이 늦어지는 일도 많았지만… 그래도 집으로 돌아오면 나를 기다리는 에이쥬의 편지가 기뻤다.
> 이번에도 카사블랑카와 편지를 했다. 여행을 다니는 탓에 자주 하지는 못했지만.. 귀를 뚫었다고 하기에 곪지 않게 관리하는 방법을 공부해 알려줬다. 모처럼 예쁘게 뚫었을텐데, 곪으면 속상할테니까. 사진이라도 찍어달라고 할까 고민했지만, 기관에서 직접 보는 것을 기대하기로 했다.
> 노에와 틈틈히 편지를 주고 받았다. 여행을 다니는 바람에 텀이 길어지기도 했지만.. 가까운 나라에 살고 있기에 시간이 나면 만나서 함께 놀며 시간을 보냈다. 복잡한 생각에 머리가 어지러워질 때, 너는 타이밍 좋게 나를 찾아주었지.
> 이번에도 똑같이. 리셰와 편지를 주고 받았다. 여기저기 여행을 다닌 탓에 자주 보낸 것은 아니지만.. 집으로 돌아와 편지를 발견하면 틈틈히 답장을 보냈다. 여행을 다녀온 이야기나, 나는 괜찮다는 이야기 등… 네가 걱정하지 않도록 좋은 이야기들만 적어보냈다.
> 기관으로 복귀하기 2주 전. 알렌의 나라인 오스트레일리아에 1주일간 머물렀다. 약속했던 대로 자연 경관을 보고,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고… 그리고 알렌과 함께 독일에서 1주일간 머물렀다. 알렌이 해주었던 것처럼 차편을 끊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관광을 하고… 긴듯 짧은 2주가 지나고 곧 기관으로 돌아가야 하기에 기쁨과 아쉬움을 담아 기념품을 사서 착용했다. 어떤 색인지는 잘 모르지만, 알렌이 좋다고 하니 됐어. 휴가가 끝남과 동시에 함께 기관으로 복귀했다. 2주 간, 함께 지내며 잠을 틈틈히 자둔 덕분에 체력이 많이 떨어지지는 않았다. 네가 있어서 다행이었어.
♛ 소지품
작은 크로스 백 (작은 병 15개, 비닐 팩 15개, 핀셋, 라텍스 장갑 3쌍, 손수건, 카사블랑카에게 받은 벚꽃 비녀, 수면 유도제, 수면안대, 주사기)
♛ 관계
✦ 잘 지내고 있어? ✦
리셰 ✦ 네 이야기가 듣고 싶어서 편지했어.
✦ 웃음 도우미 ✦
노에 이삭 ✦ 자연스럽게 웃는 것을 도와주기로 했어. 내가 너처럼 예쁘게, 자연스럽게 웃는 날이 오면 그건 다 네덕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