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아주 좋아.

화력을 낼 수 있었으면 하는데~? 코앞에서 쾅!
터트리는 핸드캐논처럼!
♛ 달라진 점
아무래도 반영 세계가 지독하게 잘 맞았던 모양. 이렇게 빠를 수가 없을만큼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일단, 절대로 인간 취급 못 할 외형. 눈이 시커먼 진창과 같이 물들었고 그 아래로 검은 눈물 자국이 보인다. 이전이 탄약과 쇳내 뿐이었다면 이제는 노골적인 피비린내와 매캐한 탄내가 가득하다. 탄내는 무언가 따로 태운 건 아니고 속에서 가끔 뜨거운 걸 왈칵 토해 내어 그런 듯. 연기마저 나올 때가 있다. 회복력은 여전해 상처는 없는데 꺼림직한 핏자국이 끊일 날 없다. 몸, 특히 상체의 등, 팔 바깥 위주로 곳곳에 가시가 자라고 있다. 작지만 머리에도 가시가. 꼬리뼈 같은 것도 길게 튀어나왔다. 고슴도치마냥 어느 정도 감정에 따라 곤두서고 가라앉는 정도를 조절 할 수 있다는데 기복이 불안정해 항상 가능한 상태는 아니다. 타인에 대한 경계가 심하고 가끔은 누가 누군지 사람 구분도 못 해 제정신으로 보이지도 않았으나,
...현재는 반년 전 일과 반영에서 수없이 죽은 경험으로 인한 광화 상태. 충동적, 감정적. 거리낄 최소한조차 남지않은 순간의 쾌락주의자. 전투에 살짝 돌아있던 면을 이젠 숨기지도 않고 살상을 기뻐한다. 외형만큼이나 태도도 날카로우며 기존 시하브의 영향으로 여유로워진 성격에 더해 거리낌없이 거칠어졌다. 예전에 비해 논리는 부족해졌고 전에 했던 말과 앞 뒤가 다른 모습도 보인다. 잘 달래다 보면 이전과 같은 대화는 가능한데 비관적으로 날 선 시비조가 대다수. 들여다 봤을 때 어딘지 정신이 빠져있다.
당연하게 자신의 존재 이유로 여기던 용병의 길도, 맹목으로 따르던 시하브도 지키지 못해 속내는 정체성이라곤 하나도 없이 텅 비어있다. 시하브의 영향을 그렇게 받더니, 이것만은 레이븐의 영향일까?
시간이 차서 아이들이 돌아오자 그간의 반년보다는 얌전해졌다. 적어도 이유없이 누군가를 아주 죽이려고 들지는 않는다.
본디 이름은 물품 인식 코드나 다름없는 의미인데, 알아차린 시하브만이 다른 식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죽기 전 마지막 전투로 한 뼘 정도 자랐다. 직후 현실의 삶을 마쳤으니 인간으로서 마지막 성장이었다.
가시:
뽑을 수 있으나 당사자의 감상으론 뼈를 뽑는 기분이라고. 뽑아낸 자리에선 먹색의 끈적한 액체가 기분나쁘게 울컥거리며 흘러내린다. 강도는 검 대용으로 쓸 수 있을만치 내구도가 좋다. 6개월간 수틀리면 양 손에 뽑아 쥐고 설쳤다.
♛ 경험
곁에 단 한 사람을 두고 반영에 잠겨 가라앉은 채, 정확히 79번의 사망을 겪었다.
1.초기
반영에 남겨진 이후 대화가 불가능한 시기가 있었다. 비명을 지르거나, 고함치거나, 죽도록 화를 내거나 하는 외엔 시하브를 보고 하염없이 우는 날이 며칠 이어지다가, 현실을 못 받아 들이고 세 차례 자살을 했다. 감정이 북받쳐서 라기보단 그저 믿을 수가 없어서. 수단이 시원찮았는지 역시 총기를 가져와야 했다며 금방 그만뒀다.
이후 일주일에 두어번 식량을 가져가려 들리는 일 외엔 일부러 오두막 밖에서 지냈다. 죽어도 무의미한 몸인데 끼니는 왜 챙기냐 틀어박히곤 정말 굶어죽은 일이 영 싫었던 모양. 장기 서바이벌 같은 훈련에 질리게 익숙해져 있어 살아남는 것도, 숨는 것도 일은 아니었다.
2.시하브
다만 시마무라 하스미가 그 일에 얽힌 세 사람을 전부 끊임없이 죽이려 들었던 탓에 오두막에 들러 시하브를 확인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간간히 며칠 머무르기도. 최소 하루 한 번은 서로 상태를 확인할 겸 얼굴을 봤다. 그 김에 목이 베이며 부서진 관측 장치 대신 비슷한 형태의 목 방어구를 새로 받았다.
맹목은 시하브가 실험을 위해 일을 벌인 그 순간 완성되었다. 나를 그렇게 필요로 하는데. 나를 이렇게나 믿고있는데. 내겐 너 뿐인데. 모든 우선 순위의 꼭대기에 시하브가 들어앉았다. 그간 폰들을 동료 이상으로 생각하며 대한 모양이나 친구의 자리는 시하브 하나로 족하고. 동료라는 건 어디까지나 의무와 명령 이하인, 상선의 명령이라면 전장에서 버리거나 직접 잘라내는 일도 감안해야 하는 존재. 타인에게 놀아나 줄 순 있지만 이제는 노골적으로 무관심하다. 예외적으로 몇몇 저와 비슷한 처지들만 편하게 여기는 듯.
목이 잘리고 마지막 감각 중 시야만 남았을 때 시하브의 죽음까지 목격한 듯. 선명히 기억한다.
2-1 오두막
오두막에 들릴 때마다 마리-루와 꿀을 탄 우유, 비스킷 같은 걸 먹으며 시간을 보냈다. 마냥 안심할 순 없는 처지라 산책 중 갑자기 도망가는 일이 종종 생기기도 했지만 그런대로 좋아하는 몇 없는 순간이었다.
생각보다 레이븐과 잘 지낸 모양. 애초에 살의는 하스미만을 향해있으니 다툴 일도 없나. 저번엔 어떻게 죽었느니, 이번 주에 몇 번 채웠다느니 하며 종종 식사를 대접받았다.
3.하스미
잠시 우울에 시달리고 있을 즈음부터 시마무라 하스미에게 두어번 죽었다. 제정신이 아녀서 금방 잊었던 모양인데, 얼마 뒤 오두막을 나가 잠적했던 사이 시하브가 하스미에게 또다시, 그것도 수 차례 죽었다는 말을 이후에 전해듣고 미친듯이 하스미를 찾아내 죽였고, 죽었다. 우연히 마주치는 경우도, 찾아오는 경우도 있었지만 중요치 않았다. 며칠 길목에 잠복하거나, 기습하거나, 덫을 놓거나, 단숨에 찔러 성공하거나, 역으로 목이 떨어지거나, 시하브를 지키려다 칼날에 심장이 꿰이거나, 시하브의 약물로 작당해 주사기를 박아 넣거나, 어차피 죽을 레이븐을 이용해 단박에 찔러버리거나.
어느 한 쪽을 성공적으로 죽여도 생존자는 처벌을 피할 수 없는 자멸을 76번 반복했다. 미치지 않고서야 할 수 없는 일이었고 실제로도 미쳐갔다. 원래 전쟁을 위해 길러졌다지만 이제 직접적인 살인에 도가 터버린 상태. 선악 구분없이 동조를 잘할 뿐 천성은 선량함을 쫒던 이가 죽임당하고 죽을 때마다 악의를 배워나갔다. 그 악의가 가장 크게 향하는 건 역시 시마무라 하스미. 근래에는 처벌받는 건 즐거운 일이 아니니 숨통을 아슬하게 붙여 버린다던지, 발목 힘줄을 끊고 손발 끝부터 차근차근 베어 농락한다던지 하는 수법을 애용했다. 그런 식으로 간간히 하스미의 자살이나 애원을 유도해보기도 했으나 수확은 자살에만 있었다. 물론 이렇게 죽인 후 보복은 당연한 일이라, 다른 사람은 뒷전으로 둘이서 며칠이나 칼을 맞대고 서로 자멸을 겪은 일이 딱 40번.
시하브의 불사 실험 결과는 여전해 재생이 인간을 초월한 상태라, 게다가 정규 용병의 타이틀을 달지 못했을 뿐 1여년 간 실전까지 투입되어 굴러본 용병이었음을 감안하면 그의 정적에겐 죽이기 까다로운 상대였을 터. 대체로 반년 전 그 날처럼 단박에 목을 쳐야 죽일 수 있었고 본인은 그 덕에 잘린 팔이나 목까지 재생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별로 알고 싶진 않았다.
시마무라 하스미의 목검을 차지했다. 제 것은 처벌받으며 버렸던 처지기도 했고 한 때 동경하던 이의 지독히 부러워 했던 점을 건드려 도발할 생각이었으나 그에게 이제 그런 면모는 사라진 모양이라 헛수고가 됐다. 기왕 얻었으니 탐사용으로 잘 달고 다닌다.
다른 이들이 다시 반영에 방문하기 2주쯤 전이던가. 주민들의 원성도 있고, 개인적인 원한도 있어 하스미의 사지 힘줄을 끊어 주민들에게 던져주었다. 순조롭게 감옥에 갇혔다는 소식을 들은 뒤 그걸 또 면회하러 갔다. 정성껏 샌드위치를 만들어 방문하더니 맨 위 빵부터 제일 아래 빵까지 하나하나 던져주다 온 모양. 이후로 하루 한 번은 꼭 얼굴을 보고 가더니 12일째, 죽여달라는 말을 듣고 자신치곤 상당히 상냥한 방식으로 심장을 찔러 살해했다. 순순히 처벌을 받고 죽었다 돌아온 게 바로 며칠 전.
너희가 알지 못하는 동안, 거울 밑은 달디 단 지옥이었다.
♛ 소지품
하스미의 목검, 단검 둘. 받았던 사소한 물건들은 오두막에 모셔뒀다. 어쩌지 못 한 모양.
♛ 관계
✦ Your Side ✦
디어 카사블랑카 ✦ 무슨 일이 있어도 디어 편이 될게. 시간이 지나 각자 걷는 길이 확고해져도 언제나 네 곁에 있을거야. 약속할까?
✦ 반영에 질리면, ✦
노에 이삭 ✦ 노에는 이런저런 일에 재미도 못 느끼고 금방 질린다지? 반영 세계마저 질리게 된다면 나랑 훈련... 물론 일반인 체력으로 나랑 같은 훈련은 무리고, 약식으로 재밌게 놀기로 했어. 맘놓고 질려도 좋아, 노에!
✦ 이상적인 상관 ✦
닐바서스 L. 알프헤임 ✦ 처음 자료를 조사하던 닐은 이런 상관이 있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든든하고 이상적이라 한눈에 맘에 들었어. 간간히 반영 세계의 여러 사건으로 토론하거나 닐의 의견을 구하곤 하는데, 생각지도 못한 부분을 짚어줘서 의식을 환기시킬 때 도움이 많이 돼. 마음씨도 태도도 여러모로 존경하는 황녀님. 이런걸 정신적 지주라고 하나? 곁에 있으면 차분하게 사고할 수 있다는 점도 정말 좋아해.
✦ 목줄에 걸릴 이 ✦
시마무라 하스미 ✦ 하스미가 날 사냥개라 말하더라고? 우린 무리지어 규칙도 제한도 없이 물어뜯으면 그만이라 들개를 자처했는데 말야. 뭐어, 명령 불복종은 생각조차 할 수 없으니 목에 뭐 하나 걸고 있는 개가 맞긴 하지. 그렇지만 머리 위로 주인을 두긴 싫다는 저 녀석도 아직은 군견 티를 못 벗고 있다고. 같은 검을 쥐면 동등한 대련 상대 취급이라니, 절제와 규칙만 배우면서 밖으로 나와본 적 없다는 소리잖아. 물론 그걸 얕잡아 본다는 말은 아냐. 내 검이 그저 사람을 해치는 수단으로 쓰이며 나는 생존을 위한 기교나 쓰는 전장의 도구 쯤이라면 하스미의 검은 당당하며 자긍심이 넘치고… 항상 더 높은 경지를 위해 최선을 다해 수련하는 긍지 높은 길이지. 올곧아서 눈부실 정도로. 그 방향을 동경하고, 이 사람을 경쟁자 삼아 검을 겨뤄본 일이 자랑스러워. 내게 정식 주인은 말도 안되는 소리임에도 이런 이라면 그 목줄이라는 걸 제대로 걸어봐도 괜찮겠지 싶지만,
사냥개를 자명종 대신으로 쓰고 싶다면 재력도, 권력도, 나이도 더 챙겨서 와!




